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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야생화의 정명을 사용합니다
민들레 2007.07.23 12:32 조회 수 : 1197
  • NIKON D80f/10.0LEAD Technologies Inc. V1.01f/10.010/400sAperture priorityISO1602007:07:22 15:30:39Spot480/10mm

  • 계요등


    서울 종묘의 담장 위에서
    여름이면
    땅으로 땅으로
    길게 목을 늘이는
    계요등
    지금 한창 꽃 피우고 있겠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팔을 벌리면서도
    어느 누구에게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눈웃음 짓는
    바짝 다가가지 않는 사랑법을
    가르쳐준 너
    오늘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위해
    클라리넷을 불고 있겠지

    병들어 찾아온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않는
    낯선 고향에서
    시름겨운 한숨소리 뱉을 때마다
    나직이 들려주던 너의 속삭임이 그립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야멸찬 고향 바람
    고통의 바다를 자맥질하다가 겨우 잠드는
    깊은 이불 속이 유일한 행복인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

    이제 네게로 가련다
    가슴 울려주던 클라리넷 선율 멈추고
    둥그런 열매마저도 떨어져
    누렇게 찌그러진 얼굴이어도
    아픔 서로 달래며
    너와 마주하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싶구나



    김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