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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해풍 2007.06.07 13:55 조회 수 : 3028

꽃의 다양하고 화려한 색깔을 갖는 것은 꽃잎에 들어 있는 여러가지 색소가 가시광선 중에서 어떤 파장의 빛은 흡수하고 어떤 파장의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잎에 들어 있는 엽록소가 빨간색과 파란색은 흡수하지만 녹색 및 황록색 파장은 대부분 반사 또는 투과시키기 때문에 녹색을 띠는 것과 같은 원리다.


꽃의 색깔에 영향을 주는 색소로는 엽록소 이외에 크산토필 등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안토시아닌 등 플라보노이드계 색소, 베탈레인계 색소 등이 있다.

 

크산토필류의 색소는 개나리, 애기똥풀 등에서처럼 노란색 꽃을 만들며 한편으로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받이를 돕는 성질을 갖는다.


플라보노이드계 색소는 식물에서 200가지 이상 발견되었는데 기본구조에서 약간씩 변형되어 여러가지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 또는 반사하므로 다양한 꽃색을 띠게 한다.

이 계통 색소 중에서 안토시아닌은 붉은색, 파란색, 자주색 꽃잎에 흔히 들어 있다.


베탈레인계 색소는 패랭이꽃이 속하는 석죽목(目)에서만 발견되며 꽃의 색깔을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만든다.


꽃잎에 있는 여러 색소의 영향으로 가시광선이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양상은 갖가지이며, 그 양상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게 되므로 이론적으로는 꽃잎은 무슨 색이든 모두 표현할 수 있다.

 
그럼 까만 꽃도 있을까? 검은 색을 내려면 가시광선을 전부 흡수하면 되는데 자연계에서 빛의 모든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 또는 그러한 색소의 조합을 갖는 꽃잎은 없기 때문에 검은색 꽃은 없다.


게다가 꽃의 색깔은 오랜 진화의 결과인데, 대부분 식물의 꽃색은 유전적으로 DNA단계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다.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새나 곤충을 유인할 수 있는 화려한 빛깔 쪽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와 역행하여 꽃색이 완전히 검은 색으로 진화한 종은 자연계에는 없다.


우리나라의 식물 중에서 가장 검은 색에 가까운 꽃이 피는 미나리아재비과 요강나물의 꽃색도 완전히 까만 색은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6년 네덜란드의 한 육종전문가의 노력에 의해 흑색 튤립이 탄생했다.


알렉상드르 듀마의 소설 `흑색 튤립'을 실현시킨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인공적인 품종 개발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흥미로운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원예전문가들은 당시 흑색 튤립의 출현을 화초세계에 있어서의 첫 달착륙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7월에 가장 많은 종이 꽃을 피우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색깔은 노란색이 32%로 가장 많다.
다음이 흰색과 파란색 계통이 각각 28%, 27%로 비슷하고 빨간색 계통이 그 다음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파란색 장미를 선물할 날이 멀지 않다. 최근 과학자들이 블루진을 이용해 파란 장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왜 파란 장미가 없었는지, 그리고 파란 장미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자.


장미는 재배 역사가 매우 긴 관상식물이다. 기원전 2000년 경에 쓰인 고대 산스크리트어 기록에는 장미꽃을 향료나 약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증류했던 방법이 보인다.


고대 이집트에 서도 장미 향수를 미라의 방부제로 썼다고 한다. 이를 보면 장미는 매우 오래전부터 인간의 사랑을 받아온 듯하다.


물론 지금도 장미에서 추출한 향수는 고급 화장수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장미 원종의 색깔은 흰색과 붉은색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필요에 따라 노랑, 주황, 분홍 등으로 다양하게 개량됐다.
그런데 5천년 이상의 역사를 거쳐 오면서 유독 파란색 장미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풋고추가 빨간 고추로 변하는 이유


파란색 장미꽃이 없는 이유를 알려면 먼저 식물이 어떻게 색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해야 한다.


식물은 황색의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와 붉은색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색을 낸다.


식물체에서 엽록소를 빼면 황갈색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섬유질로 이뤄진 카로티노이드 색소만 남기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는 물에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녹색잎이 시들면 누런 색으로 변한다.


또 저항력이 커 동물의 소화기관을 통과해도 색이 바래지 않는다. 동물의 분 비물이 황색을 띠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붉은색과 파란색은 천연색소인 안토시아닌에 의해 결정된다. 안토시아닌은 연분홍색에서 빨강, 보라, 남색까지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다.


안토시아닌의 붉은색과 녹색의 엽록소가 어우러지면 검붉은 보라색이 되는데,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익어가는 풋고추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안토시아닌은 카로티노이드와 달리 물에 녹는다. 시금치를 오래 삶으면 엽록소가 파괴돼 누렇게 변한다. 빨간 사과를 삶아도 누렇게 변한다.


이 경우에는 액포 속의 안토시아닌 색소가 물에 녹아 섬유질의 카로티노이드 색소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말고도 무색의 플라보노이드액(flavonoides) 안에는 물에 잘 녹는 3가지 색소가 들어 있다.
당분을 포함한 붉은색의 시아니딘(cyanidin), 짙은 홍색의 페라고니딘(pelagonidin), 파란색의 델피니딘(delphinidin) 등이다.


이들은 세포의 액포(vacuole) 속에 작은 알갱이로 섞여 있다.

꽃의 색은 미세분자색소인 생체 플라보노이드 합성으로 나타난다.
파란 색소를 이루는 효소 중에 플라보노이드 3(flavonoids 3)과 히드록시라세 5(hydroxylase 5)가 있는데,
장미는 아쉽게도 이러한 효소들을 아주 조금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파란색 색소인 델피니딘 합성이 불가능하다.
재래의 육종기술인 인공 꽃가루받이나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방법으로는 특정종의 유전인자를 바꿀 수 없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다양한 색깔의 꽃을 만들지 못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델피니딘이 산도(pH) 6에서 7 정도의 액포 속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미의 액포 속 산도는 4.5에서 5.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장미꽃에는 파란색이 없다.
대체로 산성 토양에서 자란 꽃은 붉은 빛을 띠고,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란 것은 파란색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파란 장미의 비밀은 블루진
그동안 유전인자를 바꾸는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색소를 딴 물감을 이용했다.
예를 들면 흰꽃을 피우는 장미, 국화, 카네이션 등을 잘라 색소를 탄 물에 꽃으면 그 색소를 빨아들여 새로운 색깔의 꽃이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꽃색으로 물들이는 일은 현대 화훼산업에 서도 자주 쓰인다. 하지만 생명공학자들의 관심은 유전인자 자체를 바꾸는데 있다.

꽃에서 파란색 효소의 합성을 이끌어내는 유전인자를 청색 유전자, 즉 블루진(blue gene) 이라고 한다.
생명공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파란 꽃에서 블루진을 분리시켜 장미 유전인자에 이식함으로써 파란색 유전자를 가진 효소를 배양해 내는 기술을 익혔다.


이 방법은 그동안 꿈으로만 여겨 왔던 파란색 장미를 실제로 길러낼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미 플라보노이 드 내의 파란색 색소를 가진 효소를 몇몇 꽃에서 분리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파란장미를 만들어내기 위한 색소식물로는 페튜니아가 선택됐다.


식물 유전자를 이식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토양균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방 법이다.
청색 색소를 가진 토양균이 식물체에 침범하면 감염과 동시에 색소세포의 분열도 급속도로 함께 일어난다.
이때 숙주 식물체가 갖지 못한 색소세포도 함께 분열하게 된다.


이 다음 식물체에 이식된 토양균에서 종양을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제거하고 필요한 토양균만을 선택하면 된다.
이 방법은 실패에서 오는 위험부담이 적어 식물체 전환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두번째 방법으로는 세포 속의 유전자 합성법이다. 페튜니아의 세포 속 플라스미드 (plasmid)에서 청색 색소를 분리해 토양균에 옮겨 심고 증식한다.


플라스미드는 염색체와는 별도로 자체 증식할 수 있는 세포 내의 작은 유전자 조직이다.
같은 방법으로 장미 염색체 를 토양균에 이식한 다음 증식시켜 이번에는 페튜니아의 청색 색소 유전인자 부분을 잘라내 장미 유전자와 합성한다.


합성한 색소 염색체는 토양균의 체내에서 자라게 되고 이 균을 장 미의 뿌리에 이식시키면 장미는 파란색 꽃을 피운다.

이런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최근 페튜니아에서 청색 색소를 결정짓는 플라보노이드 유전인자를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을 장미 유전자에 접합해 새로운 합성장미를 길러냈 다. 그 결과 파란 장미는 늦어도 올해 말이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유전공학자문위원회(GMAC)에서도 1천2백개에 이르는 새로운 유전인자를 지닌 파란장미 만들어낼 계획을 공개했다.


파란 장미는 현재 온실에서 실험재배 중이다. 파란 장미를 대량재배하기 위한 시험 재배 인 것이다.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장미 외에도 인공적으로 유전 형질을 변경한 새로운 식물 체를 길러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정원에서 파란색 장미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파란 카네이션은 이미 성공


유전자 조작에 의한 신품종 화훼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이후 생명공학을 이용한 두 종류의 카네이션을 개발해 상품화했다.


카네이션은 청색 색소인 델피니딘 합성이 불가능한 식물이다.


그러나 두가지 색소를 가진 유전자를 합성해 연한 자줏빛 을 띤 파란색 카네이션을 만들어냈다. 플라보노이드와 붉은색 안토시아닌이 그것이다.


이들 색소 때문에 엽록소의 초록색과 어우러져 보랏빛을 띤 짙은 청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꽃의 파란색이란 보라색을 띤 청색일 뿐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파란 꽃이란 없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문제는 유전자 변형 카네이션이 꽃을 잘라 꽃병에 꽂았을 때 오래 살 수 느냐는 것이다.


수확한 카네이션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 촉진제라고 할 수 있는 호르몬 처리를 한다.


그런데 식물체의 줄기를 자르면 체내의 수분 부족으로 시들고 노화를 촉진시키는 에틸렌을 내뿜는다. 이 에틸렌 성분이 문제다.


그래서 새로운 카네이션은 성장 억제 물질을 지닌 유전인자를 집어넣어 성장을 억제시키고 있다.


결국 줄기를 자른 식물체는 에틸렌을 합성하지 않으므로 오래도록 신선도를 유지 할 수 있다.


카네이션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긴 새로운 장미도 연구되고 있다.


그래서 멀지 않아 우리는 며칠 아니 몇 개월 동안 시들지 않는 푸른 장미를 보게될 것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모습을 드러낼 푸른 장미가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


오병훈 / 한국식물원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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