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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야생화들꽃맞이


계절별 들꽃 찾아 사진 찍으며 '행복'…자연보호는 기본…무분별 채취 강퇴


작성 : 2010-04-05 오후 6:34:24 / 수정 : 2010-04-05 오후 6:51:16


이화정(hereandnow81@jjan.kr)






지리산 노고단으로 출사를 나선 전북야생화들꽃맞이 회원들.

 

지난달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꽃소식은 희미했다. 봄 야생화가 이별을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예년이었으면 벌써 한창을 지났을 야생화들이 수줍게 피고지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산반도 복수초는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으로 이미 동호인들에게 소문이 났다. 이 소식을 접한 전북야생화들꽃맞이(회장 송종문)는 지난 1월 이곳을 찾았다.

"야생화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죠. 척박한 환경에서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생명의 위대함을 배우게 됩니다." (송종문 회장)

회원은 360여 명을 훌쩍 넘는다. 남편과 아내가 동행하는 가정도 많고, 지인의 소개로 드나드는 이들도 많다. 공식적으론 한 달에 한 번 나들이가 전부지만,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번개까지 합하면 들꽃사랑은 1년 365일 계속된다. 주말 출사를 거르면 "꽃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상사병"이 도진다는 이들도 많다. 남들이 골프나 레저에 빠져있다면 이들은 야생화에 푹 빠진 셈.

회원들이 야생화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이곳에 가입하면서부터다. 2007년부터 매월 1~2차례씩 틈틈이 산에 올라 작은 야생화와 휘귀식물 등을 카메라에 담고, 식물도감을 펼쳐 꽃의 특징을 빠짐없이 적고 공부해왔다. 지금은 언제 어느 산에 어떤 꽃이 피는 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지는 수준에 이른 전문가가 여럿 된다.

 






전북야생화들꽃맞이 회원들이 촬영한 다양한 야생화들.

 

 

2월 말부터 복수초,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들꽃이 피어나지만, 본격적으로 많은 야생화가 피어나는 것은 4~5월이다. 4월부터는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생강나무, 현호색, 얼레지, 큰괭이밥 등이 앞다퉈 피어난다.

"꽃이 일찍 피어나려면, 얼마나 춥고 고생스러운 지 모릅니다. 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등이 대표적인 데요. 추운 날도 감수하면서 싹을 틔워서 그런 지 엄청나게 예쁩니다. 홈페이지에 하루에도 80여 개 이상 사진이 업로드 돼요. 그때 그때 사진을 찍어둬야 인기가 많거든요."(최현숙씨)

지리산 노고단과 덕유산 향적봉, 설악산 곰배령….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들은 변함없이 나선다. 송 회장은 "5월이 지나면 높은 지대가 비교적 서늘한 상태가 돼 야생화 천지가 된다"며 "큰앵초, 동자꽃 등 다양한 희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야생화를 보존하고 가꾸는 일에도 열성이다. 야생화가 아무리 예쁘다 하더라도 무분별한 체취를 할 경우 무조건 강제퇴장.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가면, 꽃 자생지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정기 모임에 30~40여 명 나서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야생화가 사라지면, 우리 취미도 사라지게 되는 거잖아요. 야생화는 그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반그늘 식물이 많이 때문에, 그곳에서만 자생할 수 있죠. 집에 가져오면 95% 이상은 죽게 돼요. 그걸 알기 때문에 우리 회원들은 절대 캐가질 않습니다." (최미선씨)

관찰 후 야생화가 덮고 있던 낙엽을 덮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회원들은 낙엽이 바로 이불이나 마찬가지라며 추위도 막아주고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한다고도 덧붙였다.

사진 찍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사진강좌도 열었다. 야생화는 꽃이 작고, 색감이 다채롭기 때문에, 사진에서는 질감이나 색이 제대로 나오는 않는 경우가 많다. 사진강좌 지도를 맡았던 송 회장은 "야생화는 역광으로 찍어야 빛이 꽃에 투과 돼 아름답게 나온다"며 "엎드려서 찍거나 로우앵글로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찍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원들은 올해 5월 제주도와 7월 백두산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다가오는 5월엔 변산반도 내변산에 넘실댈 노랑붓꽃을 조우하러 갈 예정. 자연 속에서 꽃과 사귀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야생화 관찰은 건강을 지키는 법. 조묘행 전북야생화들꽃맞이 부회장은 "한 달에 한 번 들꽃을 찾아다니다 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