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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콩 2019.10.01 19:31 조회 수 : 78

들꽃 맞이 나갈 때는 언제나 많은 꽃을 만나리라 기대를 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못합니다.
가을 꽃으로 이름 난 곳인데도 비 소식 때문입니다.
함께 하는 분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차 안의 분위기도 낮게 내려온 구름처럼 가라앉아 있으니 말입니다.

작은 냇가에 도착합니다.
흐르는 물이 많지 않으나 한쪽은 다소 가파른 산기슭이고
다른 쪽은 제법 넓은 자갈밭이 있어서 풍경이 괜찮습니다.
산기슭에 기대어 물매화가 드문드문 무리를 지어 꽃을 피웠습니다.
긴 줄기, 줄기를 감싼 잎, 줄기 끝에 위를 보고 핀 하얀 꽃이 조화롭습니다.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합니다.
그런 꽃인데다 계곡을 배경으로 하거나
시냇물에 비치도록 사진에 담을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찾을 만합니다.

개버무리, 투구꽃, 좀개미취. 층층잔대, 나도송이풀도 꽃으로 만납니다.
개버무리는 처음으로 만나는 꽃입니다.
꽃 나들이 떠나기 전에, 만날 꽃에 대해 미리 조사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요.
도감에서 개버무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풀(초본)이라 생각하고 식물도감을 보았으니까요.
나무도감에 있었습니다.
으아리, 종덜굴, 할미밀망, 사위질빵과 같이 으아리속(屬)으로 낙엽성 덩굴나무였습니다.
연약한 줄기만으로 이미 마음속으로 풀로 단정했던 겁니다.

계곡을 따라 위로 더 올라가 봅니다.
다른 꽃을 찾으려는 생각보다 오염원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계곡이 깨끗했는데, 물도 탁하고 돌에는 두껍게 이끼가 끼어 있었습니다.
큰 동네도 없고 달리 오염될 만한 시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좋은 경치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 탓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오는 빗물로 말끔히 씻겼으면 좋겠습니다.

빗방울이 굵어졌습니다.
늦은 오후로 예보되었으니 예상보다 이른 비입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정선 읍내로 갑니다.
곤드레 나물밥을 먹습니다.
돌솥에 방금 지어낸 밥이 나오는데,
윤기가 도는 쌀밥에 곤드레 향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입에 넣기 전인에도 시각과 후각만으로 맛있는 맛을 보게됩니다.
양념간장과 양념된장으로 번갈아 비벼가며 다양한 맛을 즐겨봅니다.
함께 먹은 곤드레 막걸리도 맛있습니다.

사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라는 정식 명칭이 있으나
이 지역에서 ‘바람이 불면 줄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여 붙여진 향명이라 합니다.
그런 곤드레에 막걸리까지 먹었으니 제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다른 계곡으로 이동합니다.
계곡을 따라 양쪽으로 비탈이 이어지고 길도 이어집니다.
이렇게 서쪽이나 북쪽으로 난 계곡의 비탈은 습도가 잘 유지되어 식생이 풍부합니다.
이곳은 물매화로 잘 알려진 계곡이지만
솔체꽃, 병아리풀, 투구꽃, 진범, 백부자도 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봄부터 제비꽃, 처녀치마, 노루귀, 돌단풍, 꿩의다리, 왜솜다리 같은 꽃들이
피고 지면서 사계절 내내 꽃으로 채워졌을 계곡입니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냐고요?
눈꽃이 피지 않을까요.
이런 꽃길에서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계곡을 가로지른 작은 나무다리가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산기슭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이리저리 다녀봅니다.
몇 가지 꽃을 만났습니다.
비가 계속되어 불편하긴 하지만 꽃을 만나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곳은 개인이 여러 식물을 돌보고 관리하고 있으며 일정 요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날은 비가 와서 지키는 이가 없어 출입이 자유로웠던 모양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다리 입구에는 작은 통나무로 만든 문과 숲 속엔 쉴 수 있는 의자와 움막도 있었으며,
씨앗을 싹틔워 키워낸 모종이며 흔치 않은 식물도 더러 보였고,
무엇보다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비도 오고 시간이 촉박해 경황이 없다보니 깊게 생각을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제와 그 곳이 식물원 비슷한 곳이라 하니,
거기서 꽃을 보며 두근거렸던 가슴과 떨리던 순간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자생지에서 야생으로 핀 꽃만을 진정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저의 알량한 마음가짐 때문입니다.
식물원에서 보는 꽃과 자생지에서 만나는 꽃을 대할 때 느껴지는 기분에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요.
돈도 내고 관리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어갔다면 없었을
이 찜찜함은 공짜로 즐긴 대가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야생 식물을 돌보며
대가를 받는 일의 가치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환경오염과 생태변화로 생존 위험에 처한 귀한 식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렇게 적당한 곳을 골라 야생 식물을 가꾸면서 보급에 힘쓰는 일도 무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주변의 화단이나 정원에는 서양 식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들도 관상가치가 높은 식물이 많습니다.
다만, 본래 자라던 곳이 아닌 환경에서 잘 자라도록 길들여지지 않았고,
더 화려하게 품종 개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보급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금낭화, 초롱꽃, 매발톱꽃, 자란, 둥글레는 어느 집 화단에서 간혹 만나게 됩니다.
화려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수수한 자태를 가졌습니다.
우리 꽃이라 특별한 애착도 느껴집니다.
그러니 더 많은 꽃들을 우리 곁으로 가까이 데려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다만 그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너도나도 나설 일도 아니고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훼손하고 사라질 위험을 초래할 뿐입니다.

저는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가끔씩이라도 여러분이 꽃 보러 가는 길을 함께 걸어주시면 더더욱 좋고요.
가을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이번 주말은 어디로 가시나요?
이 때를 놓치면 다시 꽃이 피는 봄이 올 때까지 겨울이 더 길고 추울 겁니다.
그래도 쉬시겠습니까ㅎㅎ